작고 시인의 시

춤/ 노명순

검지 정숙자 2010. 11. 17. 02:06

  

  


   노명순(1946~2010)



  굼벵이도 춤을 춘다

  누군가 무심코 밟아버린 몸뚱이를

  겨우 폈다 구부렸다 있는 힘을 다해

  춤을 춘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얼쑤! 마디마디 움직여 추임새를 넣으며 춤을 춘다

  햇살이 비추면 마른 침을 꼴깍 삼키고

  잠깐, 멈추었다 춤을 춘다

  자진모리 중중모리 살짝 발림을 넣어가며

  용을 쓰며 춤을 춘다


  머리를 다치지 않았으면 고개 짓이 예쁠 텐데


  투명한 날개가 솟아 피가 통할 때까지

  말문이 터져 공명기로 울어댈 때까지

  초록 잎 우거진 내 집에 당도할 때까지

  기어가며 뒤집어지며 춤을 춘다

  껍질 벗는 그 순간을 위하여

  얼쑤, 얼쑤!


 

  *『현대시』2008-1월호 <신작특집>에서

  *노명순/ 전북 익산 출생,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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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0-노명순 시인께서 영면에 들었다. 금년 8월16일 새벽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끝내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어젯밤, 나는 ≪현대시≫ 2008-1월호 <신작특집>에서 그녀의 시 ‘춤’을 발견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시참(詩讖)인가. 구구절절 다시 읽으며 아깝고, 안타깝고,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2010.11.17-02:09 검지 정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