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저녁 어스름/ 송수권

검지 정숙자 2013. 8. 9. 21:42

 

 

    저녁 어스름

     -순천만 갈밭 소묘

 

      송수권

 

 

  11월의 갈밭 하늘에

  먹물 몇 점이 번진다

 

  창공 높이 도요새  떼 떴다

  비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청둥오리, 제갈매기, 고니 떼

  흑두루미 연이어 솟아오르고

  一筆揮之 검은 밧줄을 늘였다 당기며

  기러기 떼 행렬이 먼 산마을 쪽으로 들어간다

  서녁 하늘을 서대는 갈바람 소리

  온몸 저리며

  龍山 등허리에 걸쳐 지금 막 떠오르는 저것은

  그믐달인가 초승달인가

  수묵 몇 폭을 남기고도 낙관을 찍지 못해

  안달하는

  아, 이 저녁 어스름

 

  * 시집 『퉁』에서/ 2013.6.28 <서정시학> 펴냄

  * 송수권/ 전남 고흥 출생, 1975『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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