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장미와 철조망/ 김구용

검지 정숙자 2013. 8. 3. 02:23

 

 

    장미와 철조망

 

     김구용

 

 

   그가 X광선을 비치니 철조망에 가슴에 나타난다. 장미꽃이돌(石)에서 피면 내 몸은 춤을 출까. 동쪽에서 솟는 해는 그림자가 없다. 가슴속의 장미는 철의 형극(荊棘)에 갇히어 피 끓는다. 떨면서 정신을 더듬는 촉수가 무엇인지 보아라. 보이지 않는 손을 잡으면 그 여자가 있었다. 해바라기가 눈동자에 핀다. 누가 나를 돌아보며 웃는다. 등불이 창 밖을 지나갈 적마다 해부도가 벽에 마구 자라 오른다. 마른 나뭇가지들이 혈맥으로서 돈다. 어둠이 다시 퍼지면 마음은 철조망 안에서 신음한다. 중량이 공간으로 뻗은 팔에 엄습한다. 정신 구조가 수많은 뱀들로 굼틀거리면서 스스로를 빠져 나간다. 장미는 물이 필요하였다. 

                                                                                                                                     1958

 

 

 * 시집 『풍미』에서/ 2001.5.30 <솔출판사>펴냄

 * 김구용/ 경북 상주 출생(1922~2001), 1949년『신천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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