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단추의 진화/ 성태현

검지 정숙자 2013. 8. 5. 01:57

 

 

     단추의 진화

 

      성태현

 

 

  동그랗고 작은 단추는 자란다

  옷깃과 옷깃 사이

  벌어진 뜸을 꼭 잡아매 주는 단추가

  실눈을 꿰뚫고 여기저기서 진화하고 있다

 

  단추를 누르자

  네모진 얼굴의 엘리베이터가

  성급한 사람들의 코를 꿰어 끌고 가고

  단추를 누르자

  사람들을 동글동글 엮어 실은 만원버스가

  훌러덩 문짝을 열어 제치고

  단추를 누르자 들판을 끌고 도시로 달려가던 기차가

등허리를 출렁이며 멈춘다

  단추를 누르자 식당주인이 펄펄 끓는 물병을 들고 달

려오고

  단추를 누르자 구름을 뚫고 치솟던 미사일이 지구를

향하여 머리를 돌리고 있다

  컴퓨터 속의 오래된 사진첩

  먼지를 털어내자 낯모르는 할아버지 마고자에 매달린

호박골단추가

  한 가닥 실마리에 목을 걸고 있다

  툭, 떨어질지도 모를 단추가

 

 

  * 시집 『대칭과 타협의 접점』에서/ 2013.7.15 <시와에세이> 펴냄

  * 성태현/ 충남 서산 출생, 2008『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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