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소외/ 이향아

검지 정숙자 2013. 7. 23. 01:10

 

 

    소외

 

    이향아

 

 

  사람들은 모였어도 의견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중대한 회의에 모처럼 뽑힌 것만 우쭐하여서

  머리를 쥐어짜서 점잖게 입을 열었지만

  내 말 같은 것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끝끝내 고요하였다

  귀를 화통처럼 열어놓고 기다렸지만

  확실한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정쩡하게 두루뭉술하게 죽도 밥도 아니게

  넘어갔다

  중대한 회의에서는 입을 조심하나보다

  비싼 음식이 앞에 놓이자

  너나없이 잠갔던 입을 살갑게 열어 가볍게 넘겼다

  다들 점잖아서 남을 헐뜯지 않았지만

  그래선지 몹시 심심하였다

  무엇 하나 획을 그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누군가 오늘은 이쯤 하고 다음에 다시 모이자고 하였다

  이쯤이란 얼마쯤인가 알 수 없어도

  비로소 의견이 모아지는 듯 박수가 쏟아졌다

  회의가 끝나고 돌아오면서 나만 그런가, 다들 그런가

  그들 중 나만 쫓겨 돌아오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내겐 중대한 회의가 맞지 않았다

 

 

  * 시집 『화음』에서/ 2011.11.15 <도서출판 시와시학> 펴냄

  * 이향아/ 충남 서천 출생, 1963~1966년『현대문학』추천(3회 완료)으로 등단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창이/ 김우식  (0) 2013.07.26
맹물/ 이향아  (0) 2013.07.25
태초의 습성/ 오승근  (0) 2013.07.22
동행/ 이향아  (0) 2013.07.22
群山/ 채상우  (0) 2013.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