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동행/ 이향아

검지 정숙자 2013. 7. 22. 17:19

 

 

    동행

 

    이향아

 

 

  강물이여,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서늘한 젊음, 고즈넉한 운율 위에 날 띄우고

  머리칼에 와서 우짖는 햇살

  가늘고 긴 눈물과 근심의 향기

  데리고 함께 가자

  달아나는 시간의 살침에 맞아

  쇠잔한 육신의 몇 십 분의 얼마

  감추어 꾸려둔 잔잔한 기운으로

  피어나리

  강물이여 흐르자

  천지에 흩어진 내 목숨 걷어

  그 중 화창한 물굽이 한 곡조로

  살아남으리

  진실로 가자

  들녘이고 바다고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 이향아 시선집 『아지랑이가 있는 집』에서/ 2010. 7. 30 <시월> 펴냄

  * 이향아/ 충남 서천 출생, 1963년『현대문학』에 시 추천 3회(서정주) 완료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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