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습성
오승근
견고하고 슬픈 정글의 화석으로 남아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는 나비들
저들은 비행을 접은 것이 아니라
잠시 날개를 내려놓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나비는 천적의 눈물에서
부족한 염분을 보충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화석의 영혼들 표본실이 밀림의 어디쯤
날아오를 기회를 조용히 엿보고 있다
심장에 꽂혀 있는 핀을 뽑아주자
훨훨 내 눈물 속으로 밀어 넣는 더듬이
태초의 습성으로 이국의 갈증을 해소한다
눈 깜박할 한순간을 훔치며
위험한 곡예로 표본실을 이륙한다
아주 먼데 몇 해를 더듬고 가야
다시 영혼의 그림자 만날 수 있을까
화석의 여정이 눈물겹다는 것을 안다면
채집을 위해 날개를 뒤쫓진 않았을 것이다
생명선 따라 곡예하는 눈물의 야윈 몸짓
아슬아슬한 나비의 곡예를 따라가자
삶과 죽음의 포물선이 몇 번이나 중복된다
빠른 춤사위로 천적을 현혹하며
틈틈이 주검을 보충하는 향긋한 꽃가루
몇몇 관람객이 포물선을 올려다보고 있다
* 시집 『집현전 세탁소』에서/ 2013.5.10 <한국문연> 펴냄
* 오승근/충남 공주 출생, 2009년『유심』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