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여름비/ 이은봉

검지 정숙자 2013. 7. 12. 01:49

 

 

     여름비

 

      이은봉

 

 

  엷은 안개 더미를 옆구리에 끼고 내리는 비

  아픈 제 가슴을 칼로 저미며 내리는 비

 

  버들가지를 흔들고, 망초 꽃대궁을 흔들고

  찢겨진 하늘을 담은 저수지 위로 내리는 비

 

  눅눅한 땅, 더욱 눅눅하게 적시는 저 여름비 속에는 무

엇이 사나 해와 달이 가도 가지 않는 슬픔이 사나 설움이

사나 우울이 사나

 

  쑥대궁을 흔들고, 신우댓잎을 흔들고

  머리칼을 어지럽게 풀어 헤친 채 내리는 비

 

  입 꽉 다물고 땅바닥만 쳐다보며 내리는 비

  느릿느릿 한세상 죄 적시며 내리는 여름비 

 

 

  *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에서/ 2013.6.21 <(주) 실천문학> 펴냄

  * 이은봉/ 충남 공주 출생, 1984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한 공동시집『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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