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겨울 폐가/ 서영택

검지 정숙자 2013. 7. 5. 02:08

 

 

    겨울 폐가

 

     서영택

 

 

  1

 

  보름달은

  시린 발을 눈 속에 푹, 푸욱 담근 채 오들오들 떨면서

  해안 경계선 위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한파를 못 견딘 늙은 별들은 이미

  저체온으로 동사하였고

  어린 별들은 몸을 녹이려 손가락을 호호 불며

  주인 없는 폐가로 찾아들었다

 

  구안와사에 걸린 마루

  삐걱거리며

  구멍 뚫린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다.

 

  2

 

  차가운 구들

  버려진 양말 한 켤레가 따뜻하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풀풀거리고

  여독이 풀리지 않은 바람이

  문지방을 넘나든다

 

  어디쯤일까.

  녹슨 경첩이 힘겨운 듯

  무거운 문짝을 내려놓았다

 

  몸믈 녹이려고 바람이 따라 들어오고

  깨진 술잔에서 별이 잠들어 있다.

 

  그런데, 너는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거니?

 

 

   * 시집『현동 381번지』에서/ 2013.4.20  <한국문연> 펴냄

   * 서영택/ 경남 창원 출생, 2011년『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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