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로비 러브/ 김박은경

검지 정숙자 2013. 6. 30. 00:47

 

 

     로비 러브

 

      김박은경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도 천천히 되풀이했다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빠르게 동작을 되풀이했다

  그녀도 빠르게 되풀이했다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 시간을 알리는 스피커 소리

  핸드폰 너머로 소리치는 사람

  가방을 끌며 달리는 사람

  손나발로 크게 외치는 사람

  넓고 넓어 시끄러운 로비

 

  네 개의 눈동자만 있었다

  두 손, 열 개의 손가락만 있었다

  빠르게 더 빠르게 사랑해, 사랑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만 있었다

 

 

  * 시집『중독』에서/ 2013.3.25 <중앙북스(주)> 발행

  * 김박은경/ 2002년『시와반시』에「감전」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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