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턴테이블/ 이원

검지 정숙자 2013. 6. 26. 14:34

 

 

     턴테이블

 

      이원

 

 

  물에 빠진 그림자를 건지려 했어요

  당신은 줄줄 새고 있어요

  그물만 남은 손으로 입술을 가리다니

  빈 새장을 놓치지 않았다니

  그림자가 생겨났기 때문이에요

  발은 땅에 너무 오랫동안 매달렸어요

  죽은 사람들 썩고 있어요 몸에서 작은 점처럼

  잘 지내?

  단풍 든 나무가 보이기도 하니?

  허공을 혼자 딛고 있는 것

  두렵기도 한 거야?

  필사적으로

  오른 팔을 머리 위에 얹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어요

  죽은 사람과 정신을 나눠 쓰며

  방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허공이 깊어져요

  허공을 다니는 것들에서

  땅속 냄새가 나요

  창마다 불이 켜지는데

  누구도 혼자라는 것이 이상해

  그런 생각을 오가다

  손발이 멈췄어요

 

 

   * 시집『불가능한 종이의 역사』에서/ 2012.10.15 <(주)문학과지성사> 펴냄

   * 이원/ 경기 화성 출생, 1992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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