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장미십자회 중창단의 여름/ 박상수

검지 정숙자 2013. 6. 24. 02:41

 

 

     장미십자회 중창단의 여름

 

      박상수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모래의 나라를 세웠어요 빛나는 한

숨을 건네고 재가 가득한 보석함을 열었죠 태어나자마자 죽

어가는 걸 믿을 수 없었지만 노래하며 살고 싶었어요

 

  살은 더욱 매끄러워졌죠 눈물을 배웠어요 비탈, 소음, 입

국 금지령, 세계는 온통 알 수 없는 것들뿐, 우린 유배지에

서 조용한 외침을 작곡했어요

 

  땅과 하늘이 뒤집히고, 스팽글과 깃털이 흩어지는 햇빛

속에 우리가 있었어요, 사랑하지 않으면 살 수 있을 거야,

물에 젖은 이파리를 디딜 때마다 고지식하고 풋내나는 왕

들이 되어갔어요

 

  계절이 뒤바뀌고 있었지만 우린 끝내 서쪽으로만 자전할

것 같았지요 먼 곳에서 웃고 있는 그대들은 어떻구요 장미

창으로 평생 쓰지 못할 것 같은 가장 아름다운 물감이 흘러

내렸어요

 

 

 * 시집『숙녀의 기분』에서/ 2013.5.17. <(주)문학동네> 펴냄

 * 박상수/ 서울 출생, 2000년『동서문학』에 시, 2004년『현대문학』에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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