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액자
정숙자
텅 빈 능선의 나무 한 그루 어떻게 저리 걸어갔을까
아무 것도 아무도 없이
어떻게 저 멀리
정착했을까
이어지고 흩어지고 물결치는 길들을 떠나
다만 저기 저리 멈추어
어떻게 오랜 세월
견뎌냈을까
허공(虛空)뿐인 능선에 묻은 결론이 애달픈 결심은 아니었을까
나무가 나무를 넘어
푸른 바위가 되도록까지
무슨 생각을 건지고 또 무슨 생각을 내버리며
몇 백 년을 자신을 향해
나아갔을까
뇌성벽력 이어지는 밤
함박눈 내리고 내리고 내리고 내려
한 발자국 내디딜 틈도 없을 때
저 바위 속 너른 품속에
얼마나 많은 새들이 별들이 쉬어갔을까
길짐승이며 곤충들 눈 큰 태풍 또한 잠들었을까
*『서시』2012-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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