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꽃잎/ 복효근

검지 정숙자 2013. 4. 21. 15:43

.

 

    꽃잎

 

    복효근

 

 

  국물이 뜨거워지자

  입을 쩍 벌린 바지락 속살에

  새끼손톱만한 어린 게가 묻혀 있다

 

  제 집으로 알고 기어든 어린 게의 행방을 고자질하지 않으려

  바리락은 마지막까지 입을 꼭 다물었겠지

  뜨거운 국물이 제 입을 열어젖히려 하자

  속살 더 깊이 어린 게를 품었을 거야

  비릿한 양수 냄새 속으로 유영해 들어가려는

  어린 게를 다독이며

  꼭 다문 복화술로 자장가라도 불었을라나

  이쯤이면 좋겠어 한소끔 꿈이라도 꿀래

  어린 게의 잠투정이 잦아들자

  지난밤 바다의 사연을 읽어보라는 듯

  바지락은 책 표지를 활짝 열어보인다

  책갈피에 끼워놓은 꽃잎같이

  앞발 하나 다치지 않은 어린 게의 홍조

 

  바지락이 흘렸을 눈물 같은 것으로

  한 대접 바다가 짜다

 

  * 시집『따뜻한 외면』에서/ 2013.1.31 <(주)실천문학> 펴냄

  * 복효근/ 전북 남원 출생, 1991년『시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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