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한식/ 전길자

검지 정숙자 2013. 4. 21. 03:12

 

 

    한식

 

    전길자

 

 

  조상들의 유택을 돌아보는 길목

  자식들은 얼마나 계산적인가

  명절에야 한번 얼굴 들고 찾아뵙는 부모님

  그래도 반가워만 하신다

  작년 추석에 분명 푸르른 봉분 보고 왔는데

  올 한식에 다 허물어져가다니

  관리아저씨 모셔다가 견적을 계산하는데

  툭 튀어나오는 말

  너무 비싸요

  돌아서며 아차

  몇 년에 한 번씩 띠 올리는데 비싸다니

  자식일이라면 좀 더 좋은 것으로

  좀 더 편안하게 마음 쓰셨을 부모님

  하늘 같은 부모님을 어찌 따를 수 있겠는가

  얼굴 붉히며 잡풀 몇 개 뽑아들고

  돌아서는 발길이 부끄럽다.

 

 

   * 시집 『사다리와 시간과 아버지』에서/ 2913.1.25 <문학의전당> 펴냄

   * 전길자/ 서울 출생, 시집『나무는 아파도 서서 앓는다』『저 새 떼들이 부럽다』『안개마을』『길 위에서 길을 찾는다』『아이루어지이다』『바람의 손』『꽃의 기호』『하루분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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