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왜 이러지?/ 송예경

검지 정숙자 2024. 11. 26. 01:48

 

    왜 이러지?

 

     송예경

 

 

  사방에서 몰려드는 바람

 

  블랙홀이 아닌데

  흔적도 없이 응축되고

  바람에 딸려 들어간 것들은

  아우성으로 퍼져 나온다.

  불덩이로 솟구치는 중심점은

  무색의 분출고

  폭풍도, 폭우도, 폭염도 무색하게

  모두 타 버려도

  한 줌의 재조차 남지 않아

  회오리바람처럼

  넋이 돌고 돌아 사라지고

 

  다시 사방에서 몰려드는 바람

 

  섬뜩함에 몸서리치고

  신음소리에 잠에서 깨니

  사방에서 몰려오는 어두움

  아직 한밤중인데

  어제의 불편했던 마음이

  꿈에 반영된 건가

 

  갑자기 온갖 잡음들이

  달려들어 귀를 파고드는데

  귀를 막으려는 손은 마비되어

  귀까지 가는데 수 백 초가 걸리고

  잡음들은 그 사이 굉음으로 변하여

  맹렬하게 분출한다.

 

  왜 이러지?

  악마가 찾아왔나?

  아니면 내가 악마인가?

     -전문(p. 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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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4-9월(667)호 <이달의 시> 에서

  * 송예경/ 1940년 서울 출생, (?)『창조문학』으로 등단, 시집『불면 일기』『나무가 되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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