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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역/ 윤석산(尹錫山)

검지 정숙자 2024. 11. 20. 02:36

 

    익산역

 

    윤석산尹錫山

 

 

  어둑어둑한 승강대에서 한 사내가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한 십여 분 후면 들어올 서울행 열차, 사내가 말을 걸어온다. "이곳 사람 아니지요. 저는 이곳 사람인디요, 지금은 서울 가 살지요. 고향에 와서 벌초하고 가는 길이지요."

  묻지도 않는 말을 한다. "지 형이 이곳 역장을 지냈지요." 그리고는 어두워오는 하늘을 바라본다. "젊을 때 형이 집에 일이 갑자기 생겨 친구와 야간근무를 바꾸었는데, 그날 그만 폭발사고가 났지 뭐예요. 근무를 바꿔준 형 친구는 그날 죽었어요."

 

  멀찍이 어둠 속 서 있는 그 사내. 이승인 듯 저승인 듯, 멀리 환한 불빛 속 서울행 열차 들어오고 있다. 각자 자신의 표에 찍힌 열차를 타고, 우리 모두 저마다의 시간 속으로 떠나갈 것이다. 당분간 어둠은 그대로 우리를 둘러쌀 것이다.

    -전문(p. 104)

 

  * 1977년 11월 11일 밤 9시 이리역 폭발 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지금은 지명이 '익산'으로 바뀌면서 , 역명도 익산역 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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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줄글 시' 에서/ 2022. 9. 28. <화성시립도서관> 펴냄/ 비매품

 * 윤석산尹錫山/ 1947년 서울 출생, 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시) 당선 & 1974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 당선시집 『바다 속의 램프』『온달의 꿈』『처용의 노래』『용담 가는 길』『적 · 寂』『밥나이, 잠나이』『나는 지금 운전 중』『절개지』『햇살 기지개』등, 저서『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