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윤석산尹錫山
우리 형제들이 대기하고 있는 중환자실로 운구 카터가 옮겨져 왔다.
중환자실에서 안치실로,
곧바로 하강하는 엘리베이터를 거쳐, 구불구불 끝날 것 같지 않은 복도를 지나, 우리는 그렇게 따라갔다.
철문은 열리고 닫히고, 벽에 설치된 철제 박스 문도 열리고 닫히고.
묵묵히 운구 카터만을 밀고 오던 '그'가 죄인의 모습으로 뒤따르며 도열하고 서 있는 우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10번입니다. 이 번호를 잘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는 '그'가 정해 준 10번이라는, 번호로 당분간은 기억되어야 하는 어머니.
세상은 이제 이승인 듯 아닌 듯, 온통 하얀 불빛일 뿐이었다.
-전문(p. 31)
-----------------
*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짧은 시' 에서/ 2022. 9. 28. <화성시립도서관> 펴냄/ 비매품
* 윤석산尹錫山/ 1947년 서울 출생, 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시) 당선 & 1974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 당선, 시집 『바다 속의 램프』『온달의 꿈』『처용의 노래』『용담 가는 길』『적 · 寂』『밥나이, 잠나이』『나는 지금 운전 중』『절개지』『햇살 기지개』등, 저서『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등
'여러 파트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 윤석산(尹錫山) (0) | 2024.11.20 |
---|---|
망연히/ 윤석산(尹錫山) (0) | 2024.11.19 |
바다 속의 램프/ 윤석산(尹錫山) (1) | 2024.11.17 |
Ⅲ 현묘지도 즉 풍류도/ 고영섭 (2) | 2024.10.19 |
예술가의 서재_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영산(작가, 몽골여행전문기획자) (5) | 202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