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을 엿보다
황희순
높고 긴 다리를 삐뚜름 쪽찐 노파가 건너고 있네. 강물이 굽은 그림자를 붙들고 놓아주기 않네. 물 속 그림자에 한눈파는 사이 노파가 사라졌네. 다리 끝은 저쪽 산에 닿아 있네. 해거름 등짐 진 중늙은이가 다리 위에 또 나타났네. 모두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네. 갈댓잎 서걱대는 강물에 발 담그고 노파가 사라진 산을 바라보네. 강도 저쪽 산에 닿아 있네. 해가 져도 훤한 산이 어둑해지는 강을 품네. 반백 년 묵은 이 몸도 저쪽 산을 향해 기울어 있네.
* 시집『미끼』에서/ 2013.3.30 <종려나무> 발행
* 황희순/ 충북 보은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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