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햇빛수의/ 최동은

검지 정숙자 2013. 4. 10. 01:58

 

 

    햇빛수의

 

     최동은

 

 

  막 신호등이 바뀌었어

  전속력의 무쏘를 들이받은 까만 오토바이

  순간 비상등이 사방에서 깜빡거리고

  경적소리 파편처럼 쏟아졌어

  공중으로 튀어 올라 노란선을 넘어 간 사내

  그 선을 넘어오지 못했어

  싣고 가던 근조화환

  화물트럭에 깔렸어

  헬멧은 갓길에서 나뒹굴고

  찌그러진 바큇살에 정오의 햇빛이 감겨 돌았어

  호루라기 소리 사거리를 건너가고

  꽃잎들 하얗게 날아오르고

  국화 향기 바람 따라 흩어졌어

  앰블런스보다 레커차가 먼저 달려왔어

  뿌려진 흰 스프레이 속에 갇힌 사내

  햇빛수의 겹겹으로 입고 있었어

 

 

  * 시집『술래』에서/ 2013.2.28 <시안> 발행

  * 최동은/ 광주 출생, 2002년『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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