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銀星 갤러리/ 박수현

검지 정숙자 2013. 4. 10. 01:51

 

 

    銀星 갤러리

 

      박수현

 

 

  강 노인은 훔친 의치를 물 컵에 모았다

  최 노인은 변기 앞에 쭈그려 앉아 빨래한다며 두루

마리 화장지를 풀었다

  심 노인은 패드 넣은 비닐봉지를 페니스에 묶은 채

복도를 서성였다

  서 노인은 씹던 껌과 식은 밥 뭉친 경단을

  다른 이게게 먹이려다가 자칭 보안관 김 노인에게

쥐어 박혔다

  박 노인은 늘어진 노랫가락을 웅얼대며 현관문에

기대고 있었다

 

  저녁 8시, 요양보호사 미나 씨가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두 알의 수면제를 먹고

  노인들은 저마다 잠으로 빠져들었다

  허기진 입들이

  당나귀처럼 커지던 귀가 지워졌다

  낮 동안 금시계처럼 번쩍거리던 눈길도

  벽에 걸린 풍경화처럼 평온해졌다

 

  가을, 겨울, 여름이 지나가도

  이곳은 언제나 나른한 봄날

  노인들 흉곽을 맴돌며

  쟁여둔 그 많은 소리 다 삼킨 괘종소리만

  혼자 복도를 빠져나와

  어느 먼, 먼 은하로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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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복사뼈를 만지다』에서/ 2013.2.28 <시안> 펴냄

   * 박수현/ 대구 출생, 2003년『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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