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서산 삼존 마애불/ 김충래

검지 정숙자 2024. 7. 28. 14:16

 

    서산 삼존 마애불

 

     김충래

 

 

  울 수 없게 태어나서

  우는 방법을 모르지만

  울지 않아도 삼키는 눈물

  묵묵히 슬픔을 참는다

 

  보는 중생마다

  온화한 백제의 미소라 일컬어

  흥망사에도 태연했지만

  조금씩 망가지는 세월에

  찡그릴 수 없어 웃는다

 

  속이 시커멓게 멍들어도

  미소만 띠며 천오백 년을

  서 있는 탐진치의 삼존불

 

  속울음 들을 수 있는 부처를

  기다리며 또다시 천 년

  맨몸으로 삼매경에 들지만

  문드러지는 눈 코 입

  풍경 속에서 내 몸도 웃음을 잃은

  마애불로 가고 있다

     -전문(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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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신작시 >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김충래/ 2022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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