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하이바이, 19(+해설)/ 임솔내

검지 정숙자 2024. 7. 7. 01:55

 

    하이바이, 19

 

     임솔내

 

 

  섬처럼 사느라

  엄마를 내다버린 곳에 가지 못했다

  허연 칠순의 아들이 구순의 어미를

  음압 병동으로 옮기는 걸

  멀리서 바라만 보는 모습 TV에 뜬다

 

  꿈처럼 자꾸 도망가라 멀어져라

  혼밥으로도 이미 아득해졌을 걸

  헤지고 굽어진 길 어귀에서

  서로 기다릴 텐데

 

  눈에서조차 멀어지면

  어쩌자고

  꽃은 자꾸 떠서 지고 있는데

 

  이제 가야지

  엄마 버린 곳

     -전문-

 

  해설> 한 문장: 화자는 어머니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자기가 "엄마를 내다버린" 것으로 스스로 간주하고 그 책임을 자신에게 묻고 있다. 즉 화자는 어머니로부터 "도망가라 멀어져라" 떨어져 나온 것을 어머니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 어머니는 "혼밥"을 드시며 "굽어진 길 어귀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이렇게 계속 지내다가는 어머니의 "눈에서조차 멀어"지는 얼굴이 되고 말 것이다. "꽃은 자꾸 떠서 지고" 있다. 화자의 마음은 갑자기 조급해지고 그리움은 더욱 애절해진다. 화자는 다짐하고 있다. 이제 "엄마 버린 곳", 즉 엄마 계시는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이바이, 19」라는 시제를 생각해본다. 필자에게 생소하기만 한 이 말은 전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이'는 만남의 인사이고 '바이'는 이별의 인사인가? 이리저리 자료를 뒤져보니 갑작스러운 사고로 딸의 곁을 떠난 어머니가 다시 환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제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화자가 "엄마 버린 곳"으로 찾아간다는 것은 어머니에게는 딸이, 딸에게는 어머니가 '이별'의 아픔 끝에 다시 환생하여 '만남'의 반가움을 나누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 아닌가.

  나는 믿고 기대한다. 애타게 어머니를 그리며 "엄마 버린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시인의 다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p. 시 22/ 사진 23/ 론 147) <호병탁/ 시인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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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R코드 낭송 시집 『홍녀』에서/ 2024. 5. 15. <푸른사상사> 펴냄

* 임솔내林率來/ 199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나뭇잎의 QR코드』『아마존 그 환승역』등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