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내 안에 외 1편/ 임솔내

검지 정숙자 2024. 7. 7. 12:40

 

    내 안에 외 1편

 

    임솔내

 

 

  내 안에 사람을 들인다는 거

  내 안에 그대라는 강물이 흐른다는 거

  날마다 흐벅진 산이 내 안에

  자라고 있다는 거

  '잘 살자' '잘 살자' 자꾸만

  말 걸어 온다는 거

  흥건하고

  아늑하고

  아득하다는 거

 

  산다는 건 견디기도 해야 하는 거

  그대의 찬 손 내 안에 쥐면

  떨어뜨릴 수도 없는 눈물이

  고인다는 거

  꺼내 보이기도 벅찬 내 마음

  정갈한 삶 위에

  곱다시 얹어본다는 거

 

  저 아련한 거처

  내가 할 수 있는 위로가 없어

  잊을 수도 놓을 수도 없어

  나도 그럴 거라는 거

 

  허나,

  그대라는 편질 읽으면

  왜 이리 울어지는가

  -전문(p. 시 32-33, QR코드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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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나비

 

 

  "하늘과 땅이 관이고 해, 달, 별이

  나의 순장품이다"라던 장자가

  나는 부러웠습니다

  그 딱딱한 육신의 고치를 벗고

  영혼의 나비가 되는 누에가

  나는 참 부러웠습니다.

 

  임종을 앞둔 어린이들을 돌본

  퀴블러 로스*

  뒤집으면 나비로 변하는 애벌레 인형을

  가지고 다니며 어린 환자들에게 보여주던

  그가 나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자신의 장례식의 절정을

  그의 자녀가 관 앞에서 작은 상자를 열어

  나비가 날아가게 한 것

  조문객들이 미리 받은 봉투를 열자

  봉투에서 파란 나비가 나와

  공중으로 날아갔대잖아요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전문(p. 시 30-31 & 사진 31)

 

 

  * 퀴블러 로스: 스위스 태생의 정신과 의사. 생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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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R코드 낭송 시집 『홍녀』에서/ 2024. 5. 15. <푸른사상사> 펴냄

 * 임솔내林率來/ 199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나뭇잎의 QR코드』『아마존 그 환승역』등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