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외 1편
임솔내
내 안에 사람을 들인다는 거
내 안에 그대라는 강물이 흐른다는 거
날마다 흐벅진 산山이 내 안에
자라고 있다는 거
'잘 살자' '잘 살자' 자꾸만
말 걸어 온다는 거
흥건하고
아늑하고
아득하다는 거
산다는 건 견디기도 해야 하는 거
그대의 찬 손 내 안에 쥐면
떨어뜨릴 수도 없는 눈물이
고인다는 거
꺼내 보이기도 벅찬 내 마음
정갈한 삶 위에
곱다시 얹어본다는 거
저 아련한 거처
내가 할 수 있는 위로가 없어
잊을 수도 놓을 수도 없어
나도 그럴 거라는 거
허나,
그대라는 편질 읽으면
왜 이리 울어지는가
-전문(p. 시 32-33, QR코드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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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나비
"하늘과 땅이 관이고 해, 달, 별이
나의 순장품이다"라던 장자가
나는 부러웠습니다
그 딱딱한 육신의 고치를 벗고
영혼의 나비가 되는 누에가
나는 참 부러웠습니다.
임종을 앞둔 어린이들을 돌본
퀴블러 로스*
뒤집으면 나비로 변하는 애벌레 인형을
가지고 다니며 어린 환자들에게 보여주던
그가 나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자신의 장례식의 절정을
그의 자녀가 관 앞에서 작은 상자를 열어
나비가 날아가게 한 것
조문객들이 미리 받은 봉투를 열자
봉투에서 파란 나비가 나와
공중으로 날아갔대잖아요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전문(p. 시 30-31 & 사진 31)
* 퀴블러 로스: 스위스 태생의 정신과 의사. 생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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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R코드 낭송 시집 『홍녀』에서/ 2024. 5. 15. <푸른사상사> 펴냄
* 임솔내林率來/ 199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나뭇잎의 QR코드』『아마존 그 환승역』등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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