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 속의 시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 / 세종대왕 가라사대 : 백창희

검지 정숙자 2024. 6. 15. 00:19

 

    세종대왕 가라사대

 

     백창희

 

 

  타임머신 타고 21세기 우리 땅에

  행차하신 세종대왕님

 

  백성을 가르치려 만든 바른 소리

  잘 쓰고 있나 궁금해

  몰래 거리로 나오셨다

 

  거친 말투와 욕설에

  얼굴 찌푸리시다

  오천만 백성들 손가락에 피어나는

  핸드폰 문자꽃 보고

  흐뭇한 미소 지으신다

 

  "아래아(ᄋᆞ)가 없어졌다 하여 슬퍼하였거늘

  IT 강국 자랑하며 여러 문자를 만들고 있구나!"

 

  전 세계 문자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 땄다는 소식 듣고

  흡족한 미소로 긴 수염 쓸어내리신다

     -전문-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한글이 IT 강국으로> 전문: 1446년에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면서 그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한 책 『훈민정음』에 실린 "세종 어제서문御製序文"에는, 쉬운 글자를 만들어 백성이 저마다 쓰기에 편안하게 하고자 하는 백성 사랑 마음과 실용정신이 담겨 있다. 이 책의 끝에 있는 정인지의 「序」에도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다." "바람소리, 학의 울음, 닭의 울음소리나 개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다.  최소한의 키보드만으로도 편리하게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인터넷과 휴대폰이 발달하고 IT강국이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편리하고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우리 한글을 더 잘 살려서 세계적인 글자가 되도록 노력하여 국가 위상을 높이고 국민의 긍지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부 국민들 사이에 지나치게 난무하는 은어와 욕설을 좀 더 순화시키는 국민적 운동을 벌이고 기초교육을 다졌으면 한다. 그래야만 영화처럼 짠! 하고 "21세기 우리 땅에 행차하신 세종대욍"의 "흐뭇한 미소"가 온 국민의 미소로 번져갈 수 있을 것이다. (p. 시 134/ 론 135) <이혜선/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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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 에서/ 2019. 5. 17. <지혜> 펴냄

* 백창희/ 2014년『아동문예』로 동시작가 등단

* 이혜선/ 1980~1981년 월간『시문학』 2회 추천으로 등단, 시집『神 한 마리』『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이』『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 『새소리 택배』『운문호일雲門好日』, 저서『문학과 꿈의 변용』『이혜선의 명시산책』『New Sprouts You』(영역시집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