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 사진은 책에서 감상 要>
도굴꾼
A grave thief
정채원
나는 당신을 도굴해서
내 무덤에 넣어야겠다
-전문(p. 48-49)
I'm going to steal you.
I'll put you in my grave.
-번역: 필자
해설> 한 문장: 인용된 시는 석축과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지하의 내부에서 멀리 밝은 바깥을 향해 찍은 사진을 담았다. 시의 문면文面으로 볼 때 어쩌면 왕릉과 같은 무덤의 석실인지도 모른다. 시인은 여기서 '나'와 '당신'이라는 선명한 두 실체를 전제하고, 이 자아와 타자 사이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사진의 구도로 유추하지면 '나'는 '당신'의 공간을 침범하는 자리에 있고, 그 무례한 처사는 도굴꾼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항차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을 도굴해서 '나'의 무덤에 넣겠다고 한다. 아직 그 무덤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시의 정조情調로 보면 사생결단의 각오가 실린 어휘다. 짧은 시행詩行을 통해 진중한 의미의 덫을 매설한 경우다. (p. 145) <김종회/ 문학평론가 ·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
* 디카시집 『열대야』에서/ 2024. 5. 30. <작가> 펴냄
* 정채원/ 1996년 월간『문학사상』으로 등단, 작품집『슬픈 갈릴레이의 마을』『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등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파도 외 6편/ 정채원 (0) | 2024.06.06 |
---|---|
고통의 뒷모습/ 정채원 (0) | 2024.06.05 |
어디서 매화가 오시는지 외 1편/ 정하해 (0) | 2024.06.02 |
금산사/ 정하해 (0) | 2024.06.02 |
그리움 크면 산 되지 외 1편/ 김홍섭 (0) | 2024.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