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 사진은 책에서 감상 要>
고통의 뒷모습
The back of pain
정채원
커다란 X표로 묶여 있는
뒷모습은 얼룩투성이
고통이 유독 선명한 날
그 바탕은 신록이다
-전문(p. 118-119)
Bound by a large X-mark,
The back is full of stains.
A day when pain is especially clear,
The background is full of fresh green.
-번역: 필자
해설> 한 문장: 인용된 시는 예수 십자가의 조형이다. 왜 어떻게 십자가가 숲속에 서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나 자료는 접혀 없다. 기독교에 있어서 십자가에서의 죽음은 교리의 가장 핵심적인 지점이자 인류 구원을 향한 사랑의 완성을 표방한다. 이는 다른 종교에서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교리와 사상의 한 정점이다. 시인은 커다란 X표로 묶여 있는 뒷모습이 얼룩투성이임을 간파한다.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대신 고난을 당한 성자의 모습이기에,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온갖 상흔이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고통이 유독 선명한 날'에 '그 바탕은 신록'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십자가상을 신록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유인 셈이다. 짐짓 아무 상관 없는 신록을 여기에 결부함으로써, 시적 대상을 강화하고 발화의 유연성을 도모한 모양새다. (p. 150) <김종회/ 문학평론가 ·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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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집 『열대야』에서/ 2024. 5. 30. <작가> 펴냄
* 정채원/ 1996년 월간『문학사상』으로 등단, 작품집『슬픈 갈릴레이의 마을』『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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