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줄박이 코드
이명
왜 굳이
이 조그만 산중 집에 현판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지
명필가에게 부탁해 그 두터운 나무로 제작해 보내왔는지
이덕무의 한시 족자 한 편쯤이야 들고 오지 않아도 될 일을
오겠다고 약속해 둔 날을 한 달이나 앞당겨
성하지 못한 몸으로 그 멀리서 단숨에 달려왔는지
돌아가서는 무엇이 급해 바로 숨을 거두었는지
가는 길 배웅하고 돌아와 보니 새 한 마리 현판 아래 누워있다
방파제를 넘은 파도가 비로소 절망한다
-전문(p.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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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터 동인 제7집 『시 터』 2022. 11. 10. <현대시학사> 펴냄
* 이명/ 2010년『문학과 창작』 신인상 &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분천동 본가입납』『앵무새 학당』
『벌레문법』『벽암과 놀다』『텃골에 와서』『기사문을 아시는지』『산중의 달』, e-book『초병에게』, 시선집『박호순 미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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