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신원철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히말라야 깊은 산속 가릉빈가 새
청청 수려하다는 그 목청.
강화도 보문사 사시예불, 독경하는 젊은 스님의
샘물 같은 목소리가 꼭 그랬지요
그때 나는 대웅전 앞 큰 느티나무 아래 벌렁 드러누워
"아이고 이놈의 절 올라오는 언덕길이 장난 아니네!"
투덜대면서
팔락팔락 나부끼는 잎사귀 사이로
슬쩍슬쩍 엿보이는 흰 구름에게 그 마음을
가만히 내맡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쪽저쪽 처마들이 댕그렁 댕그렁
한 소리 시작하는 거예요
스님도 목탁을 놓고 요령을 흔들기 시작했어요
쨍그렁쨍, 댕그렁댕, 쨍쨍, 댕댕······
이 소리 저 소리 한가운데서
나무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지요
이렇게 수선스러운 절집은 처음이었지만
마음은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어요
-전문(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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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터 동인 제7집 『시 터』 2022. 11. 10. <현대시학사> 펴냄
* 신원철/ 2003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세상을 사랑하는 법』『동양하숙』『노천탁자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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