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빛 파도
윤명규
입천장에서 울음을 내려 본 적이 없다
꼬불꼬불 물 주름 사이로
양철 대문 삐걱거리듯
갯새들 목울대 세우며 햇살 비벼대고
그 찢긴 쇳소리 섬산 종아리에 쌓여
시장통 욕지거리처럼 서성인다
하늘이 옷을 벗고 뛰어들던 곳
별과 달은 저들끼리
속살 훤히 내보이도록 놀다 간 그곳
나 지금
미친 바람의 폭력으로
시린 몸 한 다발씩 허물어져 내리지만
출생의 비밀을 결코 발설하지 않았다
붉게 충혈된 서해의 눈
다리가 없는 파도
수장되듯 몸 담그고 있는
립스틱 지워진 노을의 추한 입술
퍽퍽 가슴을 치며
피울음 운다
-전문(p. 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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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테마시: 바다>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윤명규/ 2020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허물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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