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팥빛 파도/ 윤명규

검지 정숙자 2024. 4. 15. 17:41

 

    팥빛 파도

 

     윤명규

 

 

  입천장에서 울음을 내려 본 적이 없다

 

  꼬불꼬불 물 주름 사이로

  양철 대문 삐걱거리듯

  갯새들 목울대 세우며 햇살 비벼대고

  그 찢긴 쇳소리 섬산 종아리에 쌓여

  시장통 욕지거리처럼 서성인다

 

  하늘이 옷을 벗고 뛰어들던 곳

  별과 달은 저들끼리

  속살 훤히 내보이도록 놀다 간 그곳

 

  나 지금

  미친 바람의 폭력으로

  시린 몸 한 다발씩 허물어져 내리지만

  출생의 비밀을 결코 발설하지 않았다

 

  붉게 충혈된 서해의 눈

  다리가 없는 파도

  수장되듯 몸 담그고 있는

  립스틱 지워진 노을의 추한 입술

 

  퍽퍽 가슴을 치며

  피울음 운다

    -전문(p. 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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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테마시: 바다>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윤명규/ 2020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허물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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