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월도, 물안개에 갇힌
김금용
전남 영광 끝머리
서쪽 바다 낙월도에서
당분간 나는 패랭이꽃이나 되리
어쩌다 찾아오는 외지인에게
꺾이고 휘둘리며 묻어뒀던 사랑
종아리에 달라붙는 끈끈이주걱풀꽃인 듯
하얗게 가슴 부풀려 서 있을 터
달은 져서 비릿한 갯벌에 숨고
물안개에 갇힌 낙월도
사흘째 뭍으로 나갈 기미도 없이
당분간의 이 유예가 행복할 뿐,
법성포 순도 높은 증류수 몇 잔에 취해
한 눈빛으로 돌아드는 꺽새 춤사위
열 손가락 닿는 대로 화들짝 깨어나는
자귀나무의 연지빛 사랑
때늦은 설렘 빈 잔에 채워
새벽 열리는 퍼런 하늘가로 뿌려 버릴 터
품에 안기면 곧 부스러질
눈물 일렁이며 뱃전 쫓는
하얀 포말로 달려가 서 있을 터
-전문(p.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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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초대시>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김금용/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물의 시간이 온다』『각을 끌어안다』『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넘치는 그늘』『광화문 쟈콥』, 번역시집『문화혁명이 낳은 중국현대시』『나의 시에게』『오늘 그리고 내일今天與明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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