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풍경
이경아
흐르는 것들은
흘러가는 시간에 맡기라
노래하는 것들은
내일을 노래하게 하고
고이는 것들은
별처럼 가라앉게 하라
장밋빛 목선을 고즈넉이 저어가며
어부는 바다에 그물을 깊이 던지고
별을 건져 올려
바람 따라 갯내를 실어 나르네
놀란 파도 흰 거품 물고
젖은 머리채를 흔들어도
생사生死 넘나들 깃발을 펄럭이는
한 폭의 바다 풍경
눈에 밟힌 목선이 오래도록
바다를 어지럽게 붙들고 있네
-전문(p.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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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초대시>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이경아/ 1965년 <성원문학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물 위에 뜨는 바람』『내 안의 풀댓잎 소리』『오래된 풍경』『시간은 회전을 꿈꾸지 않는다』『겨울 숲에 들다』『지우개가 없는 나는』『스쳐 지나는 이름』『가끔은 삶이 아파하네』등, 시선집『너에게로 가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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