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공중은 누구의 것인가/ 김령

검지 정숙자 2024. 4. 15. 17:27

 

    공중은 누구의 것인가

 

     김령

 

 

  누군가 슬피 울고 있다

  창밖에서 누군가 숨어서 울고 있다

 

  우는 것들은 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가

 

  숨을 토하듯 울음을 토해내야 한다고

  너는 말했다

 

  제때 울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무엇을 시작해도 정해진 것처럼

  내리막길만 걷는다

 

  영업 중, 임대합니다, 라는 팻말을

  동시에 내건 가게

 

  어떤 결단은 칼로 자르듯 단호할 수가 없지

  행복한 건지 불행한 건지 짐작할 수 없는

  노인의 표정

 

  아이의 표정도 애매할 때가 있다는 걸

  아이일 때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

 

  몸이 사라진 체셔고양이의 웃음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길들, 모퉁이들

 

  무논에 개구리들이 떼지어 울고

  그 울음 끝을 먼 산의 올빼미가 따라 운다

 

  우는 것들의 힘으로 초목이 자란다

      -전문(p. 2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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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4-봄(70)호 <신작시>에서

  * 김령/ 전남 고흥 출생, 2017년 『시와경계』로 등단, 시집『어떤 돌은 밤에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