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처음 본 사람/ 정한아

검지 정숙자 2024. 4. 15. 17:16

 

    처음 본 사람

 

     정한아

 

 

  입을 닫고 있을 때와

  입을 열었을 때는 얼마나 다른지

 

  인식과 판단을 오가면서

  두려움과 사랑을 오가면서

 

  인식을 죽이고 다시 판단을 죽이면서

  흑백의 진공

  총천연색의 어지러움

  무수한 살해 속에 비로소 살아나는 숲

 

  여전히 무언가 썩어가고 있을 테지만

  내가 거기 묻힐 수도 있을 테지만

 

  거기서 무섭고 슬픈 비밀을 노래하는 작은 새들

  거기서 솟아나는 기름지고 향기로운 풀

     -전문(p.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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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4-봄(70)호 <신작시>에서

  * 정한아/ 경남 울산 출생, 2006년『현대시』로 등단, 시집『어른스런 입맞춤』『울프 노트』, 시산문집『왼손의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