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토월천/ 배한봉

검지 정숙자 2024. 4. 15. 16:11

 

    토월천

        참새

 

    배한봉

 

 

  잠시 찬 바람 잦아들고

  비닐 조각처럼 햇볕이 걸린 천변 난간에

  예닐곱 참새가 앉아 짹짹거리고 있다.

  몸 숨길 마른 풀도 없고

  식량이 될 벌레나 알곡도 없고

  둥지 틀 처마 밑이나 흙담 구멍도 없는

  하천 바닥을 몇 번이나 맴돌다가

  천변 난간으로 날아올라 앉아

  저들끼리 뭐라뭐라 토론하고 있다.

  할아버지 참새들이

  여기서 모래 목욕 즐겼다더라고

  옛이야기 재잘대는지 모른다.

  종족들과 이사 오려 했는데

  혹한기에 낭패라고 한탄하는지 모른다.

  뭔지 할 말 남았다고 짹짹거리다

  조그맣고 까만 부리 닦던

  비닐 조각 같은 햇볕을 놓치고는

  황급히 날아오르는 참새들.

      -전문 (p.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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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4-봄(70)호 <신작시>에서

  * 배한봉/ 경남 함안 출생, 1998년『현대시』로 등단, 시집『육탁』『 주남지의 새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