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월천
참새
배한봉
잠시 찬 바람 잦아들고
비닐 조각처럼 햇볕이 걸린 천변 난간에
예닐곱 참새가 앉아 짹짹거리고 있다.
몸 숨길 마른 풀도 없고
식량이 될 벌레나 알곡도 없고
둥지 틀 처마 밑이나 흙담 구멍도 없는
하천 바닥을 몇 번이나 맴돌다가
천변 난간으로 날아올라 앉아
저들끼리 뭐라뭐라 토론하고 있다.
할아버지 참새들이
여기서 모래 목욕 즐겼다더라고
옛이야기 재잘대는지 모른다.
종족들과 이사 오려 했는데
혹한기에 낭패라고 한탄하는지 모른다.
뭔지 할 말 남았다고 짹짹거리다
조그맣고 까만 부리 닦던
비닐 조각 같은 햇볕을 놓치고는
황급히 날아오르는 참새들.
-전문 (p.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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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4-봄(70)호 <신작시>에서
* 배한봉/ 경남 함안 출생, 1998년『현대시』로 등단, 시집『육탁』『 주남지의 새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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