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호모 마스쿠스/ 강명수

검지 정숙자 2024. 4. 4. 02:02

 

    호모 마스쿠스

 

     강명수

 

 

  몸살 앓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감 이마에 발갛게 열이 오른다

  식은땀 흘리는 꽃무릇

  온몸에 발진이 돋는 석류

  재채기 콧물 흘리는 옥잠화

  으스스 떨며 나팔꽃이 창문을 닫는다

  끙끙, 한바탕 휘젓고 가는 신음처방전엔 햇살 감기약 먹고 한 사나흘 앓고 나면

 

  거뜬하게 일어날 거라고 주르륵 쏟았던 빗줄기 감아올린다

  그렇게 한나절 지나는가 싶었다

  냄새도 없고 색깔도 없이 들어온 바이러스

  자객의 칼 앞에 울안의 천리향이 늘어지고

  동백 모가지가 뚝뚝 떨어지고

  수선화가 노랗게 질려 오그라질 때

  게릴라전을 벌이며 봄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날마다 스마트폰에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밀폐된 공간에 모임 삼가기

  사회적 거리 두기 안내 문자가 꽃눈처럼 날아든다

  검은 공포심이 지피에스처럼 따라다니고 폭발적인 확진자가

  연일 터지며 의료진의 얼굴에 주루룩 땀이 흐른다

  코로나를 우주 밖으로 날려 보내고 싶은 날

  나로호 우주센터에 갔다

  다시 떠오른 초승달이 밤하늘에 메시지를 띄웠다

  "무증상 집단감염 주의하세요"

  중대본에서 보내온 안전 안내 문자가 연일 도배된다

  전 세계에 코로나 감염자가 9천만 명이 넘었다는 인터넷 뉴스

  핑크 카펫 거리에는 마스크 착용 인파 물결이지만

  푸른 하늘엔 코로나 백신 접종소식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전문-

 

시작 노트> 한 문장: 문학은 정신의 면역력을 길어주어 수많은 바이러스로부터 감염을 막아주는 방패이다. 또한 내 안에 낀 부정적인 생각들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전환하는 활력소이다. 휴머니즘과 사랑을 전파하는 활자이다. 문학과 삶은 서로 피드백을 주는 종합예술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투명하고 논리적인 리듬과 율동을 익히듯이, 발레를 보면서 언어의 가락을 느끼듯이, 추상화를 보면서 사물의 본질을 보듯이,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를 보면서 언어의 은유와 상징성을 노래하듯이, 문학은 이 모든 장르를 유추하고 우리의 삶을 직관과 통찰의 세계로 이끌어준다고 생각한다. (p. 시 82-83/ 론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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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년간 『미당문학』 2024-상반기(17) <신작 소시집> 에서

  * 강명수/ 201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법성포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