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시 한 편/ 최문자

검지 정숙자 2024. 3. 19. 14:09

<권두시>

 

    시 한 편

 

     최문자

 

 

  시인의 반은 시를 식탁에 걸어둔다

 

  우리 사이

  얼만큼의 하늘이 있었는지

  얼마만큼 찢어버린 편지가 있었는지

  숟가락을 물고 쳐다본다

 

  시가 사라질까 봐

  키우던 꽃이름도 잊어버린다

  죽을 때까지 살아있다

  못 없이 묘하게 걸려있다

 

  처음부터

  쏟아질 것처럼

  쏟아질 것처럼

  모래인척 했다

 

  시인이 키운 것 중에 가장 오래된

  살기로 결심한

  시 한 편

  어제 보다 좀 더 깊다

 

  모래를 통과한 영혼처럼

  반짝인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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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결』 2024-봄(창간)호 <여는 시> 에서

  * 최문자/ 198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과 사이사이 새』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