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시 한 편
최문자
시인의 반은 시를 식탁에 걸어둔다
우리 사이
얼만큼의 하늘이 있었는지
얼마만큼 찢어버린 편지가 있었는지
숟가락을 물고 쳐다본다
시가 사라질까 봐
키우던 꽃이름도 잊어버린다
죽을 때까지 살아있다
못 없이 묘하게 걸려있다
처음부터
쏟아질 것처럼
쏟아질 것처럼
모래인척 했다
시인이 키운 것 중에 가장 오래된
살기로 결심한
시 한 편
어제 보다 좀 더 깊다
모래를 통과한 영혼처럼
반짝인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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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결』 2024-봄(창간)호 <여는 시> 에서
* 최문자/ 198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과 사이사이 새』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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