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시인과의 대화(추려 뽑은, 일 문답)/ 이창수 : 오탁번

검지 정숙자 2024. 3. 14. 15:58

 

    시인과의 대화(추려 뽑은, 일 문답)

 

      - interviewer : 이창수

      - interviewee : 오탁번

 

 

  이창수:  사실 선생님의 입을 통해서도 다른 잡지를 통해서도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알고 있습니다만 『시와사람』이 독자들을 위해 드리는 질문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계간 시지 『시안』을 창간하여 10년 이상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IMF 이후 전국이 환란의 고통에서 신음하고 있을 무렵 잡지를 간행하여 그 어려운 시기를 건너고 있습니다. 13년째 『시안』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특별한 사명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p. 377) 

 

  오탁번: 그냥 이번 봄호 통권 47호 『시안』을 보면 그 안에 내 대답이 있어요. 시안은 시를 시이게 하는 한 글자, 시를 알아보는 안목이라는 뜻이지요. 예전에 말한 대로 제 눈이 흐려지면 『시안』은 그날로 문 닫을 겁니다. 정말입니다. 눈이 흐려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이 깜깜 멀었는데도 그걸 모르고 시잡지를 계속 낸다면 나는 만고역적이 되는 겁니다. (p.

 

  이창수: 고려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하시기 전부터 고향인 제천에 '원서헌'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원서헌'은 어떤 곳인가요? (p. 378) 

 

  오탁번: 원서문학관은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분교였어요. 낙향을 한 겁니다. 교실 세 칸 그리고 사택과 숙직실, 정원····· 텃밭도 있고, 봄이 되면 원서문학관에서 나는 그냥 농사꾼이 돼야 해요. 원서는 멀 遠 서녘 西의 '원서'입니다. 내 고향이 제천시 백운면인데 백운면의 조선시대 지명이 원서지요. 제천읍에서 서쪽으로 멀리 있는 면이라는 뜻입니다. 옛 지명을 되살린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내 소망도 곁들여 있는 이름이지요. 서쪽은 소멸이면서 또한 생성의 최초이거든요. 또 불교에서 말하는 서쪽은 언제나 정토이니까. 친구들은 내 호를 아예 '원서'로 하라고도 합니다. 정말 그렇게 해볼까요? (p.

     『시와사람』 2010_여름(57)/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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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탁번 시 읽기 2 『좋은 시는 다 우스개다』 4부 <시인과의 대화> 에서/ 2024. 1. 25. <태학사> 펴냄

 * 이창수/ 2000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물오리 사냥』『귓속에서 운다』『횡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