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사람
전욱진
보고 싶은 사람은 어제에 있고
영원의 근처를 나는 서성인다
이제 무슨 일이든 일어나야 하는데
그때
천천히 내 앞에 굴러오는 작은 공
나는 모르는 체하며 지날 수 있고
수풀이 있는 데로 내던질 수 있다
그러나 눈빛을 먼저 건네고 있는
그들이 아무쪼록 받을 수 있도록
포물선을 그리게 잘 던져 주는 것
이곳에서 나의 기쁨이란 이런 것
보고 싶은 사람은 어제에 있고
이렇게 나는 또 날짜를 스스로
조용히 옮겨 적고 있지만
그 사람은 내가 다가온다 말하고
나는 그 사람이 내게 온다 말한다
눈이나 비처럼
하나하나 온다는 것
이곳에서 나의 슬픔이란
이런 것이다
-전문(p. 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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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파란』 2023-겨울(31)호 <poem> 에서
* 전욱진/ 2014년『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여름의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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