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믿는 사람/ 전욱진

검지 정숙자 2024. 2. 12. 02:11

 

    믿는 사람

 

     전욱진

 

 

  보고 싶은 사람은 어제에 있고

  영원의 근처를 나는 서성인다

  이제 무슨 일이든 일어나야 하는데

 

  그때

 

  천천히 내 앞에 굴러오는 작은 공

  나는 모르는 체하며 지날 수 있고

  수풀이 있는 데로 내던질 수 있다

 

  그러나 눈빛을 먼저 건네고 있는

  그들이 아무쪼록 받을 수 있도록

  포물선을 그리게 잘 던져 주는 것

 

  이곳에서 나의 기쁨이란 이런 것

 

  보고 싶은 사람은 어제에 있고

  이렇게 나는 또 날짜를 스스로

  조용히 옮겨 적고 있지만

 

  그 사람은 내가 다가온다 말하고

  나는 그 사람이 내게 온다 말한다

 

  눈이나 비처럼

  하나하나 온다는 것

 

  이곳에서 나의 슬픔이란

  이런 것이다

     -전문(p. 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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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파란』 2023-겨울(31)호 <poem> 에서  

  * 전욱진/ 2014년『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여름의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