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잠적/ 백순옥

검지 정숙자 2024. 2. 12. 01:58

 

    잠적

 

    백순옥

 

 

  안개와 그녀의 눈썹 사이

  바위섬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물줄기 사이를 구르는 몽돌

 

  붉은 등대 너머

  수평선이 지워지고

  늑골 사이를 빠져나가는 물소리

 

  안개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상체를 들고 서성인다

  해송 숲에 대보다

  동백꽃에 대보다

  몽돌밭에 내려놓는데

 

  돌멩이는 얼마나 오랜 세월 물살에 저를 내준 걸까

  아이가 걸어갔던 길을 적시는 파도 소리

 

  안개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줄에 걸린 미역과 방파제는 귀도 보이지 않고

  해풍 속으로 흰 새가 날아간다

 

  점차 지워지는 그녀의 어깨 너머로

  몽돌 소리만 동백 숲으로 가고

     -전문(p. 17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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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파란』 2023-겨울(31)호 <poem> 에서  

  * 백순옥/ 2011년『딩아돌하』로 등단, 시집『깊어지는 집』『바늘무늬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