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마음이 너무 컸던 소년/ 박하은

검지 정숙자 2024. 2. 11. 01:23

<청소년시>

 

    마음이 너무 컸던 소년

 

     박하은

 

 

  마음이 너무 커서

  마음을 접어야 했던 소년이 있었다

 

  비가 오면 가장 먼저 젖는 마음

  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펄럭이는 마음

  소년은 그 마음을 일단 접어놓곤

  밤마다 몰래 펼쳐 보곤 했다

 

  소년은 마음으로 비행기를 접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먼저 30평짜리 집을 접어보라 했고

  소년은 마음에 미래를 그려보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먼저 수학 공식을 베껴 오라 했다 

  그러다 소년의 마음은

  집도 비행기도 아닌 것으로 구겨지고 말았다

 

  한때 소년이었던 청년은

  구겨진 마음으로 한 사람을 품었다

  그런데 사람은

  소년의 마음을 깨고 사랑으로 부화해

  다른 둥지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그의 마음 조각엔

  눈물 자국만 남아 무늬가 되었다

 

  소년이었고

  또 청년이었던

  그 노인은 이제 찢어진 마음 조각 하나마다 시 하나씩을 적는다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하여

  마음의 틈새에 꼭 맞았던 작은 손가락들에 대하여

  아직 펼쳐보지 못한 미래에 대하여

  그리고

  마음이 너무 커서

  마음을 접어야만 했던 한 소년에 대하여

     -전문(p. 18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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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마詩魔』 2023-여름(16)호 <시마詩魔_학생> 에서

  * 박하은/ 홈스툴 중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