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자화상/ 김가림

검지 정숙자 2024. 2. 11. 01:09

<청소년시>

 

    자화상

 

    김가림

 

 

  헐떡거리는 이보다 헐떡이는 소리를 듣는 이가

  더 아프다

  불규칙한 호흡이 엇박자로 나를 쏘아댈 때면

  하릴없이 창밖을 본다

 

  불이 꺼진 지 오래

 

  어릴 적 엄마가 뜬 인형에서

  미지근한 눈물 냄새가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몰려오는 적막

  깊어서 바닥을 헤아리지 못할 적막이

  내 얼굴에 자국을 낸다

  엄마는 그걸 천사의 키스라 불러주었지

 

  잠든 척 침대에 누워있는 내 머리칼을 쓸어주던 엄마

  사춘기를 핑계로 엄마를 힘들게 한 내게

  미안하다 말하던,

  나는 그런 따뜻한 엄마를 알고 있다

  방문을 닫고 나가는 엄마 뒷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데

 

  창문에 매달린 어린 별이

  나를 보며 반짝여준다

  엄마, 미안해

  속으로 말을 해도 알아듣겠지

  엄마는 뭐든 다 아니까

 

  언젠가 나도 엄마가 되어

  나를 꼭 닮은 아이를 낳겠지

  그때 내 엄마가 하던 것처럼

  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내일은 엄마에게 말해야지

  사랑해, 절절 사랑해 엄마

 

  웃는 얼굴이 예쁜 엄마는

  나중 내 얼굴이기도 하기에

  한발 한발 잘 디뎌보기로

  어린 별에게 약속하는 깊은 밤

     -전문(p. 17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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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마詩魔』 2023-여름(16)호 <시마詩魔_학생> 에서

  * 김가림/ 충렬여자중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