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無極)
양문규
산중의 봄날엔 소리들이 무극(無極)에 닿는다
장화 바닷가에 홀로 십 년 가까이 사는 시인
어느 상 받는 자리에서
자신의 시 기러기 울음만도 못하니
이 상은 당연히 기러기에게 주어야 한다고 설한 적 있다
나의 시에는 소리가 없다
소리가 없기에 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는가
뻐꾸기 쑥국새가 운다
봄맞이꽃들 속에는 어떤 소리들이 들어 있을까
냉이, 홀아비꽃대, 너도바람꽃, 개구리자리,
나도양지꽃, 뫼제비꽃, 깽깽이풀,
봄구슬봉이, 처녀치마, 꽃마리……
이 산중의 봄날은 물결치듯 소리로 흘러간다
그 소리는 아침을 열어젖히지 않는다
햇살 한 줌 주워 담으려고도 애쓰지도 않는다
시가 아닌 곳에서 울음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 시집『식량주의자』에서/ 2010.9.24 <詩와에세이>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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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문규/ 충북 영동 출생,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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