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매화/ 손혁건

검지 정숙자 2024. 1. 20. 01:32

 

    매화

 

    손혁건

 

 

  바람은 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앞을 보지 못해 아무 데나 부딪혀

  멍이 들면 싹이 트고

  피가 나면 꽃이 피는

 

  바람에 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산을 비켜 내달리다

  들판에 떨어진 햇살 꼬리 붙들어

  휘적휘적 강으로 가는

 

  흔들리며 흔들리며

  바람 사이에서 길을 찾는 너는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오는가

     -전문(p.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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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3-겨울(92)호 <2023년 제10회 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 시와정신_수상자/ 신작시> 에서

  * 손혁건/ 2005년 『문학세상』으로 등단, 시집 『흔들리는 꽃 속에 바람은 없었다』『동그라미를 꿈꾸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