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튤립 3/ 박선우

검지 정숙자 2024. 1. 20. 01:44

 

    튤립 3

      -피날레

 

     박선우

 

 

  음표로 표현한다면 아다지오다

  꽃들의 감성이 건반 위에서

  싱싱하게 피어오른다

  색색의 건반을 누르는 건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동자

  오늘의 주제곡은 화해다

  일렬종대로 호명당하고 싶은 표정들

  뭔 꽃이라요?

  물어도 대답 없는 아버지는

  깊은 도를 눌렀을 거다

  참말로 오지게 이쁘요

  화색이 도는 어머니는 솔을 눌렀을 거다

  베토벤의 운명은 몰라도

  운명 따라 모질게

  팔순 근처까지 왔으니 고마웠을까

  아버지가 어머니 손을 잡는다

  누군가는 결말이라고 하겠지만

  이건 절정이다

  때마침 노을이 깔린다

  손을 빼지 않는 어머니나

  남사스러운 꽃들

  그 부끄러움이

  황홀 속으로 침몰한다

    -전문(p.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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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3-겨울(92)호 <2023년 제10회 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 열린시학_수상자/ 신작시> 에서

 * 박선우/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암자도엔 꽃 같은 사람만 가라』『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하나님의 비애』『섬의 오디세이』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