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초대 외 1편/ 진서윤

검지 정숙자 2024. 1. 21. 01:05

 

    초대 외 1편

 

     진서윤

 

 

  벚나무 아래 나무 벤치

  햇살 장판 깔렸습니다

  손을 대보면 미열의 이마를 짚었던

  손바닥입니다

 

  세상의 벤치들은 모두 초대장 같습니다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빈 들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연두색 칠이 벗겨진 결마다

  꽃무늬가 촘촘 박힙니다

  불면 날아가는 봄날일까요 아니면

  털갈이 중인 순한 짐승일까요

 

  다시 계절이 바뀌었는데

  가난한 가지에서 새처럼 날아든

  나뭇잎만 들뜨고 있습니다

 

  누군가 앉았다 갈 듯하여

  막 시작된 봄날의 자리

  작은 돌멩이 같은

  비밀 하나 눌러놓습니다

    -전문(p. 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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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이 아름답다는 말

 

 

  갈증 같기도 하고

  성취 같기도 한

 

  필연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추억으로 봉합된 몇 개의 기억에서

  서로 어깨를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어깻죽지에 반짝이는 날개는 무거웠지만

  희망의 문양을 새기며 미래에 중독되기도 했습니다

 

  익숙한 이별은 없습니다

  헤어짐의 자리마다 늘 새로운 아쉬움이 덧나지만

  먼 기억을 거슬러

  함께 일행으로 걸어온 시간 때문에 참 따뜻합니다

  떠남과 머무름의 경계가 한 자리이듯

  하나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겠지요

 

  좀 치열하게 살았던들 어떻습니까

  바람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다만

  마음의 행보를 따랐을 길에

  새의 날갯짓 같은 따뜻한 박수를 보냅니다

 

  생이 아름답다는 말을

  이즈음에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p. 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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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집 『여기까지가 인연입니다』에서/ 2024. 1. 10. <문학의 전당> 펴냄

  * 진서윤/ 경남 함안 출생, 201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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