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Y의 문제/ 이서하

검지 정숙자 2024. 1. 14. 18:51

 

    Y의 문제

 

    이서하

 

 

  그리지 못하는 그래프는 아무 쓸모없다, 이건 수학에서의 정의라고 선생은 말했다

 

  허수는 곱할수록 마이너스가 되니까 그래프로 그릴 수 없다

  함수의 정의역과 치역은 모두 실수다

 

  그래 그걸 외우지 못해서 문제가 됐니?

  급정거한 바큇자국에 얼마간의 다툼이 멈췄으니 다행이라며 안도하던 표정이?

  그 곡선의 흔적이?

 

  죽었다 살아난다고 해도 잠시 멈춘 다툼은 다시 시작될 뿐이야.

 

  너는 말했지. 너로 지칭되는 수가 모두 사라졌으니 이제 갈라서자고. 운전대의 잘못된 방향처럼 말의 방향에 따라 무한히 사람이 나뉜다.

 

  문제를 풀지 못해서 혼이 났어요. 진술은 사건 이후에 필요한 걸까요 왜 마음의 허수는 곱할수록 무거워질까요 왜 구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냐 물으면 문제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만약 수의 처음을 구했다면 나를 힘껏 던져줄래요? 공식이 빼곡히 적힌 종이 뭉치는 서로 다른 곡선을 그리며 휴지통으로 날아가

 

  너희는 어떤 실수로 버려졌니?

   -전문(p. 167-168)// 『다층』 2018-여름(78)호 수록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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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3-겨울(100)호 <다층, 지령 100호 특집 -100> 에서

  * 이서하/ 1999⟪한국경제⟫ 신춘문예 당선, 시집『진짜 같은 마음』『조금 진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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