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입구에서 멀리 있을수록 진실에서 멀어진다/ 송진

검지 정숙자 2024. 1. 14. 17:16

 

    입구에서 멀리 있을수록 진실에서 멀어진다

 

     송진

 

 

  그들의 말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잠들지 못하는 뇌 속을 개미처럼 파고들었다

  꾸준한 일꾼이지

  그럼 그럼

  끄덕임만이 신경 세포를 자극하였다

  부려 먹기 좋은 노새야

  저런 녀석 한 마리만 더 있었으면

  그런 뜻이었을까

  인간의 말 속에는 진실의 말과 거짓의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두 가지 모두 진실에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입을 다물자

  알아듣기도 힘든 말들이니

  입을 다물고 진실을 찾아가자

  태양 속에도 달 속에도 어디에도 없는 것

  지쳐 스스로 땅을 팔 때

  순간 섬광처럼 빛나는 것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 한 알을 바라보며

  웃는다

  어 어 이 사람 왜 이래 환자가

  어서 침대에 눕게

  그들은 그를 소독향기 가득한 침대에 눕히고

  그가 잠든 줄 알고

  은은한 보이차를 마시며

  또 그렇게 얘기하겠지

  꾸준한 일꾼이야

  그럼 그럼

   -전문(p. 146-147)// 『다층』 2015-여름(66)호 수록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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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3-겨울(100)호 <다층, 지령 100호 특집 -100> 에서

  * 송진/ 1999『다층』으로 등단, 시집『럭키와 베토벤이 사라진 권총의 바닷가』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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