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헌화가(獻花歌)* 2/ 정복선

검지 정숙자 2024. 1. 4. 01:24

 

    헌화가獻花歌* 2

 

     정복선

 

 

  그대 창밖에 노래를 심어요

  어제는 은방울꽃 그제는 수선화 오늘은 또 범부채꽃

  매일 다른 새소리로 노래합니다

  원시림 속을 헤매며 먹을거리에 급급했을 때도

  독사와 여우의 가시덤불 숲에서도

  꽃을 맨 먼저 발견한 사람

  옷자락에 캐고 담고 싸안고 온 사람

  둥지에 남아 뒤척이는 자를 위하여

  거듭거듭, 유목의 허술한 둘레마다 마음 심어 두고

  비바람 속을 헤쳐 가는 한 사람이 보이시나요

      -전문-

 

   * 신라 향가에서 가져옴

 

  해설> 한 문장: 위의 시에서 보듯이 (···) 화자는 "창밖에 노래를 심"는 자이며, "매일 다른 새소리로 노래"하는 자여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의식이 한군데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시인은 늘 새로운 인식과 지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시인은 현실적 삶의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본질적인 삶을 추구해야 하는 존재로서 "독사와 여우의 가시덤불 숲에서도 꽃을 맨 먼저 발견한 사람"인 것이다. 동시에 "비바람 속을 헤쳐 가는 한 사람"이어야 한다. (···) 그러므로 그 길은 기나긴 유목의 길인 동시에 가혹한 수행修行의 길이기도 하다. 시인이 이처럼 "거듭거듭, 유목의 허술한 둘레마다 마음 심어 두고" 길을 떠나 방황하는 이유는 바로 "둥지에 남아 뒤척이는 자를 위하여" 시들지 않는 신선한 노래를 들려주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적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새싹을 나누어 주는 자가 바로 시인이 아니던가! (p. 시 14/ 론 84-85) (고명수/ 시인 · 전 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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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변주, 청평의 저쪽』에서/ 2023. 12. 20. <문예바다> 펴냄

  * 정복선/ 전북 전주 출생, 1988년『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마음여행』『여유당 시편』등 8권, 시선집『젊음이 이름을 적고 갔네』, 영한시선집『Sand Relief』, 평론집『호모 노마드의 시적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