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개의 품계/ 문복주

검지 정숙자 2013. 3. 9. 03:22

 

 

     개의 품계

 

      문복주

 

 

  금빛 월계관이 목줄이 되고 순은의 하얀 털외투가 가진 것 전부라도 믿음이 굴종의 인간보다 낫다며 시를 쓴 개. 종별이 품계를 낮출 수 없다며 씩씩하게 토스카니 행진곡에 맞춰 길을 걷던, 가끔 엎드려 개꿈을 꾸며 개는 개일 때 개답다며 꼬리를 살랑거리고 귀를 쫑긋이며 오늘도 개다운 것이 무엇일까를 사유하는 개. 두 발로 걷는 것보다 네 발로 뛰며 달릴 수 있음을, 의젓한 자세로 짖을 수 있음을, 음식을 거절당하고 한없이 맞는 것도 행복한 과정이라고, 컹컹 지옥에서도 주인을 지키는 케로베로스의 핏줄을 잊지 않는 명문가의 개. 모든 사색과 명상이 끝나면 기지개를 한번 펴고 킁킁 냄새를 맡고 산천을 살핀 후 오른발로 쓱쓱 흙을 정지하여 한 편의 시를 써내려 간다.

 

  따스한 생각과 신의는 아름다운 것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존은 의젓하여라

  내가 한밤에도 자지 않고 짖는 것은

  개의 품계를 지키기 위한 것

  믿음이 나를 이미 자유롭게 하였으니-

 

 

  * 시집 『철학자 산들이』에서/ 2012.12.24 <문학의전당>펴냄

  * 문복주/ 인천 출생, 1992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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